본문 바로가기

Delicious 2DAY

[일품맛집11] 경험의 가치를 담다. 홍대 캐주얼 일식 '스가타모리'



“제주도에서 ‘갈치 아줌마’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었어요.” 

수산물 유통업을 40년째 이어오고 있는 그의 부모님 이야기다. 생선의 물이 좋은지 아닌지는 눈으로만 봐도 척척 알아내던 부모님 밑에서 일찌감치 좋은 생선만이 갖는 참맛을 맛본 안우섭 사장. 부모님을 따라 노량진 수산 시장에서 수산물 중도매인으로 15년을 일하며 좋은 생선에 대한 ‘촉’을 키웠다.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유통되는 800여 종에 이르는 생선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현장에서의 경험들을 가지고 언젠가 손님들에게 진짜 좋은 생선의 맛을 보여주고 싶다는 꿈은 5년 전 이곳 홍대에서 캐주얼 일식집 ‘스가타모리’를 열면서 구체화되었고, 미식가들의 눈과 입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서른아홉, 인생의 쓴맛, 단맛을 다 맛보았다 하기에 아직 많지 않은 나이일지 모르나 39년의 인생을 살아오며 그 누구보다 쓰디쓴 질곡의 시간들을 경험한 그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했던 그는 캐릭터 사업과 웹에이전시, 게임 관련 회사 등을 운영한 경험이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사업을 접어야 했다. 한편 뉴코아와 킴스클럽, 강남 일대의 호텔과 스시집 대부분에 납품을 하며 번창했던 부모님 사업도 IMF와 함께 업체들이 부도를 맞으며 함께 몰락했다. 그야말로 맨손 이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하지만 노량진시장 종업원부터 다시 시작해보겠다고 마음을 굳힌 그는 거친 시장 사람들 사이에서 고된 생활을 견디며 재기의 꿈을 키웠다. 

 


그러나 새로운 것, 궁금한 것에 대해 참지 못하고 거침없이 도전해 보는 그의 못 말리는 실험 정신은 디자인사업을 하던 그 때나 수산 시장에서 종업원으로 일할 때나 달라진 바는 없었다. 산지에서 생선을 실어 나르는 통유리의 수족관 트럭은 지금은 반은 수족관으로, 반은 짐을 실을 수 있도록 ‘반반 트럭’으로 사용하는데 처음 그렇게 개조한 장본인이 바로 안우섭 사장이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들은 지금의 스가타모리에서도 종종 이루어진다. 홍대에서 ‘캐주얼 일식’이라는 외식업의 새로운 장르를 퍼트린 것도 그의 아이디어다. 비싸고 고급스러운 일식집의 개념보다 가볍게 들를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의 일식집, 그러나 분명 선술집이 아닌 일식집으로서 요리의 퀄리티는 떨어지지 않는다. 


  

스가타모리 입구의 수족관에는 바닷가재를 포함한 그날그날의 물 좋은 생선들이 들어차 있다. ‘수산업 중도매인으로서의 자존심이 있지 가격에 맞춰 적당한 생선은 못 올리겠다’는 안우섭 사장의 말이 분명 말뿐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수족관 말고도 요리 속에서 맛보는 신선한 식재료! 

 


특히 스가타모리의 바닷가재 코스는 한 마디로 ‘가성비 최고’. 그 가격 대로 맛볼 수 있는 최고의 코스가 아닌가 싶다.

 

   

신선한 바닷가재 회와 함께 연어, 광어, 방어, 문어, 참치 등이 계절별 모듬회로 구성되고 샐러드와 튀김, 생선구이 등이 함께 구성된다. 이렇게 올려진 상차림이 끝나갈 쯤 테이블 위 가재 머리와 집게는 다시금 주방으로 들어가 버터구이로 야들야들하게 익혀 나온다. 

  


바닷가재 코스에 함께 올라오는 ‘적어’ 또한 담백하고 살이 많아 자꾸만 젓가락이 가는 생선이다. 장문볼락, 빨간고기, 긴따루 등으로 불리며 경상도 지역에서 구이용으로 많이 팔리지만 수도권에서는 그리 흔하게 먹는 생선은 아니다. 



안우섭 사장은 수산물 전문가답게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다양한 어종을 스가타모리 식탁에 종종 시도해 보곤 한다. 무궁무진한 바다 속 어종에 비해 우리가 먹어본 생선은 지극히 한정적인 것이 사실. 다양한 생선만큼이나 다양한 맛을 새로이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으니 설레는 일이다. 

 

 


스가타모리는 매일 새벽, 수산물 위판장이라는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부딪히며 쌓아온 경험적 가치를 식탁 위에 풍성한 요리로 되살려내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스가타모리의 요리에 일품진로 깊은 향이 더 없이 잘 어우러지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일까? 모든 것이 빨리 변하고, 반짝 나타났다가 금새 사라져버리는 요즘의 세상에서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진중한 맛’, 스가타모리의 맛과 일품진로의 조화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스가타모리>

■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독막로9길 29

■ 전화: 02-3143-1525 

■ 영업시간: 11:30~15:00, 17:00~02:30 / 일요일 17:00~22:00

■ 메뉴: 1㎏ 랍스타 사시미&구이 코스(10만원) 외 각종 해산물 요리, 고로케, 꼬치, 샐러드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