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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2DAY

코타 키나발루에서 한 여름의 새해를 맞다

뜨거운 건 뜨거운 것으로, 차가운 건 차가운 것으로 이기라고 누가 말했나요? 노노, 그저 추울 땐 따뜻한게 제일이고, 더울 땐 차가운게 제일인 법이에요. 물론 예외도 있어요! 우리 하이트처럼 일년 내내 차가운 것이 좋은 것들도 있긴 하지만요.

작년 말부터 우리나라가 완전 냉대 지방이 된 것처럼 꽁꽁 얼어붙고 있네요. 이 추위를 견디다 못한 비투걸, 따뜻한 남쪽나라 코타 키나발루에 잠깐 다녀왔답니다. 기온이 삼십도를 넘나드는 여름인데도 크리스마스 트리와 털옷을 입은 산타 할아버지를 볼 수 있고, 바닷물에 첨벙 첨벙 몸을 담근 채로 해피뉴이어를 외칠 수 있는 곳! 코타 키나발루로 지금 함께 가 보아요!


비투걸이 코타 키나발루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건 2009년 마지막 전전날 밤. 비투걸의 여행을 질투라도 하듯 슬슬 날씨가 추워지던 때였지요. 그러나 더운 나라로 놀러 가는데 아무리 춥다고 옷을 껴 입을 수는 없는 일. 얇은 긴팔 티와 청바지를 입고 코트 하나로 몸을 돌돌 말았어요. 다행히 공항에는 항공사에서 운영하는 코트 보관 서비스가 있어서 두꺼운 코트를 맡기고 가면 되거든요. 대신 항공사 회원이어야 하고요, 왕복 티켓을 끊어야만 이용할 수 있어요!

코트까지 맡기고 룰루랄라 놀다가 드디어 비행기 탑승. 설레는 마음으로 떠오르는 비행기의 진동을 느끼며 잠시 눈을 감을까 했지만, 금새 기내식이 나오네요. 쇠고기 덮밥과 닭가슴살 튀김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는데 당연히 밥을 먹어야지 하고 있다가 문득 제 눈에 띈 것은 기내식 카트에 실린 맥스!!! 아니, 맥스를 여기서 만날 수 있다니, 그렇다면 밥 대신 튀김을 먹어야지~ 하며 메뉴를 급 변경!


맥스 한 캔을 받아 놓고 닭가슴살 튀김을 안주 삼아 홀짝 홀짝 마시다 보니 야, 이거 기분 최고인데요. 눈부신 황금빛, 상큼한 맥스가 코타 키나발루 출발부터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ㅋㅋ 오는 비행기에서 맥스 또 마셔야지~ 벌써부터 오는 길의 맥스 생각을 해봅니다.

다섯 시간의 비행 끝에 드디어 코타 키나발루 도착. 다 아시겠지만 코타 키나발루는 보루네오섬 한 쪽 모서리를 차지하고 있는 곳이고요, 말레이지아의 한 영토입니다. 말레이지아 본토와 떨어져 있다 보니, 어느 나라인지 잘 모르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한 시간 느린 시차로 인해 말레이지아 도착 시간은 밤 12시. 얇은 긴 팔 티를 입었지만, 바깥 공기를 한 번 쐬어 보고는 곧바로 반팔 티로 옷을 갈아 입었더랍니다. 어유, 더워요~ ㅋㅋ 곧 바로 호텔로 이동해 여장을 풀었습니다(흐음, 남자가 풀면 남장인가요~ 헉).


비투걸이 머문 숙소는 넥서스 리조트라고 바다가 바로 보이는 곳이에요. 멀리서 쏴아 하는 파도 소리가 귀를 기분 좋게 간질입니다. 내일을 위해 오늘은 여기까지. 이제 내일부터 누릴 열대의 바다를 꿈꾸며 설렌 첫 날을 마무리 합니다.


시차에 적응 못한(ㅋㅋ) 탓인지 아침에 금새 눈이 떠졌어요. 커텐을 여니 어제 밤에 본 것과는 또 다른 열대의 풍경이 한 눈에 들어 옵니다. 코타 키나발루에 온 것이 제대로 실감나는 아침! 첫 날은 바닷가에서 보드를 탈 계획이어서요, 부지런히 나서야 합니다.



식사를 마치고(아, 비투걸 입맛엔 동남아 음식이 짝짝 붙어요~) 강과 바다가 만나는 오늘의 서핑 해안으로 옮겨갑니다. 원주민들의 통통 뗏목을 타고 가니 금새 강과 바다가 만나는 절경이 눈에 들어 오는 군요. 고운 모래에 발도장도 찍고, 원없이 사진도 찍으면서 놀다 보니 눈에 띄는 저것은, 바로 그물침대! 시원한 그늘에 매달린 그물 침대에 누워 몸을 살랑 살랑 흔들어주니 천국이 따로 없네요. 여기에 맥스 한 캔 했으면 좋겠고만, 아쉽게도 맥스를 찾을 수 없었다는!





그물침대에 매달려 놀다 보니 바다가 저를 부르네요. 이젠 바다로 달려갈 시간! 무료로 빌려주는 서프 보드를 손목에 달고 바다로 뛰어 들었어요. 아, 서핑이 저거였냐구요? 아니 그럼 한국에서만 살아온 비투걸이 영화에서 같은 서핑을 할 줄 아셨어요? 하지만 저거 우스워보여도요 배 깔고 눕기만 해도 파도를 넘실 넘실 탄다고요


그 날도, 그 다음 날도 그저 바다에 몸 담그고 파도를 타고 스노쿨링을 하고, 열대어들에게 먹이를 주면서 놀았지요. 식빵 한 조각 들고 들어가면 얼마나 물고기들이 덤벼들던지. 바다속에 헬멧을 쓰고 들어가는 씨워킹도 했는데요, 호호, 바닷물에 카메라를 들고 갈 수 없어 사진을 못 찍은 점이 정말 정말 아쉽기는 해요.



사실 코타 키나발루는 휴양지이다 보니 관광할 건 거의 없더라고요. 마지막 오는 길에 들렀던 사바 주청사와 이슬람교 회당 정도가 특별한 볼거리. 그나마도 안에는 들어가 보지도 못했지만요. ㅋㅋ 하지만 해산물 먹을 거리는 풍부하다는! 허나 아무리 맛난 음식이 있어도 맥스가 없어서 안타깝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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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놀다 보니 어느새 돌아오는 비행기. 피곤한 몸을 좌석에 기대고 그렇게 원했던 맥스 한 잔으로 힘든 몸을 달래고 있네요. 맥스 덕에 가볍게 잠도 들었고요. 한 숨 푹 자다 보니 어느 틈에 대한민국 영토에 들어와 있더라고요. ^^ 그런데 도착하자 마자 영하 11도!! 게다가 예정보다 일찍 돌아온 탓인지 연결 통로에 내려주지 않고 비행기에서 내려 버스를 타야 했는데요, 덕분에 코나 키나발루에서부터 얇은 옷을 입고 온 비투걸은 잠시 얼어주는 죽 알았다는! ㅋㅋ 후다닥 버스를 타고, 외투 보관소에서 외투를 찾아 걸친 후에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지요.

짧은 여행, 아쉽기는 하지만 원래 여행이란 건 아쉬우니 더욱 기억에 남는 법 아닐까요. 다음의 여행을 기대하며 비투걸도 다시 추위에 적응하기 시작했답니다. 하지만 마음 속엔 따뜻한 기억을 꼭 남겨둘거에요. 다음 번엔 맥스도 꼭 데려가야지! 하고 말이에요!

Stay Coooo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