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un 2DAY

메마른 감성에 촉촉함을 더해 줄 ‘가 볼 만한 전시회’ 추천

 

겨울, 꼼짝않고 웅크려 있기 딱 좋은 계절이죠. 코끝을 찡하게 때리는 매서운 한파가, 폭설 뒤의 아슬아슬한 빙판길이 좋은 핑계거리가 되어주고 말입니다. 하지만 들리시나요? 바삭한 겨울 공기 속에서 피부는 물론 감성까지 쩍쩍 메말라가는 소리를! 폭풍 같은 기말고사를 마치고 맞은 겨울방학,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연말 보고서에 묻혀 있다 겨우 빠져 나온 신년. 이미 건조해질 대로 건조해진 여러분의 감성에도 이제 촉촉한 미스트가 필요한 시간입니다. 그리하여 도심에 있지만 여유가 흐르고, 내 발걸음의 속도에 따라 원하는 만큼 충분히 머무를 수 있는 감성 공간을 소개해볼까 하는데요. 그 안에서 펼쳐지는 개성 가득한 전시로 이 겨울, 촉촉한 감성을 충전해보세요. 

 

꿈과 희망으로 Jumping, Jumping! ‘점핑 위드 러브 전’

 

 

 

서울의 중심, 고층 빌딩이 앞다퉈 늘어서있는 도심이지만 이상하게 ‘광화문’은 삭막함이 아니라 말랑말랑한 감성으로 다가옵니다. ‘사람들’의 이야기가 오가는 광장이 있고, 도심을 관통하는 천이 흐르고, 그 앞을 지나는 것만으로도 우아함이 더해지는 세종문화회관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렇게 한 바퀴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전환이 되는 광화문 나들이, 여기에 ‘점핑 위드 러브’라는 발랄한 제목으로 찾아온 사진전을 더하면 귤처럼 상큼한 겨울날의 오후가 채워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 좌) 리차드 닉슨,1959_ⓒ Philippe HalsmanMagnum Photos.
우) 마르크 샤갈,1955_ⓒ Philippe HalsmanMagnum Photos.

 

 

‘점핑 위드 러브’展은 당대 최고의 인물사진작가이자 ‘라이프’ 매거진을 통해 101번의 작품을 표지에 실은 필립 할스만(philippe halsman)의 작품들을 한 데 모았습니다. 특별한 것은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1940년대부터 1960년대 후반까지의 유명 대통령, 영국왕실의 윈저공, 마르크 샤갈, 오드리 헵번 등 다양한 세계적 리더들의 점핑샷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스카이콩콩부터 트램플린, 명승지에서의 점프샷까지 우리는 점핑의 그 묘한 카타르시스를 이미 알고 있습니다. 현재 발붙인 땅보다 고작 30cm 위로만 뛰어올랐을 뿐인데도 한껏 자유로워진 느낌이랄까요. 필립 할스만 역시 익살스러우면서도 통쾌하고, 또 우아한 뛰어오름을 통해 혼란스럽고 지쳐있던 사회와 젊은이들에게 꿈과 용기, 희망과 사랑이라는 긍정적 에너지를 전하고자 했다고 합니다. 취업 준비에 고달프고, 반복되는 일상이 무료하기만 한 이 시대 젊음들에게 ‘Jumping, Jumping! Everybody~’를 외치는 전시! 이 겨울이 다 가기 전에 놓치면 안 될 것 같죠? 

 

□ 전시제목 : 점핑 위드 러브(Jumping with Love)
□ 전시기간 : 2013. 12. 3 ~ 2014. 2. 23(휴관일 없음)
□ 전시장소 : 세종문화회관 전시관1F(서울특별시 종로구 세종로 81-3)
□ 전시작품 : 오리지널 사진작품 200점, 소품, 미디어, 체험존
□ 관람시간 : 11:00~20:30(도슨트 14:00, 19:00)
□ 관람가격 : 어른 12,000원 | 청소년 10,000원 | 어린이 7,000원

 

 

 

느리게 천천히 속도를 늦추다 ‘히로시 스기모토 : 사유하는 사진’

 

 

 

세련되고 감각적인 20~30대의 핫 플레이스로 주목받는 곳, 바로 이태원인데요. 이국적인 분위기에 먹고 마시고 놀 거리가 참 구석구석 숨어있습니다. 여기에 하나 더, 고품격 문화 감성까지 더해지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은데요. 그 역할을 삼성미술관 ‘Leeum’이 톡톡히 해주고 있지요. 별다른 정보 없이 산책 겸 찾아보아도 수준 높은 상설전이 항상 기다리고 있으니 정서적 배고픔이 이곳에서 가뜬히 채워집니다.

 

△ 번개 치는 들판 구성 012(Lightning Fields Composed 012), 2009 ⓒ Hiroshi Sugimoto

 

 

△ 황해, 제주(Yellow Sea, Jeju) 1992 ⓒ Hiroshi Sugimoto

 

 

△ 부처의 바다 001(Sea of Buddhas 001), 1995 ⓒ Hiroshi Sugimoto

 

 

특히 현재 특별전으로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사진작가 히로시 스기모토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익숙한 이름은 아니지만 2001년 사진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핫셀블라드상’ 수상, 2009년 영국 더타임스의 ‘1900년 이후부터 최근까지 활동한 전 세계 예술가 중 가장 위대한 예술가 200명’에 선정되는 등 명성이 자자한 작가인데요. 무엇보다 이번 전시는 ‘사유하는 사진’이라는 부제에 맞게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들어낸, 단번에 자극을 주기보다는 오래 머물러 있을수록 마음으로 파고드는 흑백사진 연작들이 선보여지고 있습니다. 사실적인 모사가 가능한 사진을 통해 추상을 구현해낸 히로시 스기모토는 그리 서두를 것 없다고 말하지요. 새해 시작부터 조급함에 맘 졸이고 있는 건 아닌가요? 급하게 서두르는 것보다 천천히 생각하는 것이 결국은 더 멀리, 더 빠르게 나아가게 해준다는 이치를 사진을 통해 만나보는 것도 색다를 것 같습니다.

 

□ 전시제목 : ‘히로시 스기모토 : 사유하는 사진’
□ 전시기간 : 2013. 12. 5~ 2014. 3. 23 (월요일 휴관)
□ 전시장소 : 삼성미술관 Leeum 기획전시실(서울시 용산구 한남2동 747-18)
□ 전시작품 : 47여 점(사진, 조각설치, 영상 등)
□ 관람시간 : 10:30~18:00(도슨트 11:00, 13:00, 15:00)
□ 관람가격 : 기획전-일반 7,000원 | 초중고생 4,000원
                  상설전-일반 10,000원 | 초중고생 6,000원 

 

 

 

 

재기발랄 디자인, 유쾌한 상상력을 깨우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3 마리스칼 전’

 

 

겨울 우울증이라고 아시나요? 줄어든 일조량 때문에 뇌의 화학적 분비에 변화가 생겨 기분이 다운되는 증상을 일컫는데요. 햇볕과 연관되기에 1~2월에 그 발생빈도가 가장 높아진다고 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총천연색의 재기발랄한 자극이 필요하죠.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3 마리스칼 전’처럼 말이예요.

 

 

△빌라 훌리아, 마지스(社) 장난감 집, 이탈리아 트레비소, 2009
(Villa Julia, Carton house for children for Magis, Treviso, Italia, 2009)

 

 

△ 일러스트레이션, 태블릿에 드로잉, 스페인 바르셀로나, 2011-2013
(Illustration, Tablet drawing, Barcelona, Spain, 2011-2013)

 

 

△ 해피 월드, 마지스(社) Me Too 컬렉션 대형 지구, 이탈리아 트레비소, 2013
(Happy Worlds, Globe for Magis Me Too Collection. Treviso, Italia, 2013)

 

 

 

디자인 관련 전시로 이름이 높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은 믿고 찾게 되는 전시관 중 하나인데요. 이번에도 역시 20세기 디자인계의 거장, 하비에르 마리스칼의 업적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대규모 회고전을 마련했습니다. 그의 전시가 특별한 건 위엄이나 형식을 버리고 40년 동안 마치 놀이를 하듯 다양한 영역에서 상상력을 발휘해왔기 때문인데요. 그 예측불허의 결과물인 1,200여 점의 작품을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놀이를 예술처럼 즐기는 사람, ‘The Art Player’가 이번 전시의 주제인 이유를 아시겠지요. 때로는 아이들의 낙서 같기도 하고, 때로는 예쁜 팬시 문구 같기도 하고, 또 때로는 유쾌한 반전 장난감 같은 그의 작품들은 어디로든 열려있는 상상력을 대변합니다. 무엇보다 어떤 작품에서든 유쾌함과 낙천적인 에너지를 만날 수 있다는 게 가장 매력적이죠.

 

 

딱 떨어지는 정답을 위해 파고드는 동안 우리는 과연 행복했나요? 세상이 원하는 규격대로 스펙을 쌓으며 진정 즐거웠던 적이 있었나요? 가끔은 틀을 깨고 자유롭게 뻗어가는 과정에서 더욱 놀라운 결과가 나오기도 합니다. 그 생생한 증거가 마리스칼 전이 아닐까 싶은데요. 머리로 재고 따질 것 없이, 우중충한 날씨에 기운이 축축 쳐지는 날이라면 바람도 쐴 겸 예술의 전당 한 바퀴를 산책한 후 마리스칼의 상상력 넘치는 디자인으로 상쾌하게 기분 전환 해보시길 바랍니다. 

 

□ 전시제목 :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3 마리스칼 전’
□ 전시기간 : 2013. 12. 7 ~ 2014. 3. 16일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 휴관)
□ 전시장소 :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700)
□ 전시작품 : 1200여 점(캐릭터디자인, 잡지디자인, 가구디자인 등 )
□ 관람시간 : 11:00~19:00(12~2월), 11:00~20:00(3월)
□ 관람가격 : 일반 12,000원 | 청소년 10,000원 | 어린이 8,000원(현대카드 20% 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