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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맛집 추천! 은밀한 아지트, 동굴을 찾다 - 서교동 ‘Man's Cave’


혹시 동굴이 필요하신가요? 


남자들은 때때로 자신만의 동굴이 필요하다고 하죠. 그 컴컴한 동굴 속에서 오히려 마음 편히 숨을 쉴 수 있다고 하는데요. 전쟁 같은 직장에서의 하루를 마감하고 ‘제대로’ 숨을 쉬고 싶을 때, 혹은 전쟁 같은 사랑에 지쳐 잠시 숨을 고르고 싶을 때 부담 없이 들어설 수 있는 ‘진짜’ 동굴을 발굴했습니다. 이름 하여 ‘Man's Cave’. 



홍대 상상마당 맞은 편, 합정역과 상수역 사이를 오가다 이국적인 성 한 채를 만나본 적 있지 않나요? 체코 프라하성을 그대로 본뜬 ‘캐슬 프라하’의 위용은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그 성 왼쪽, ‘Man's Cave’라는 소박한 간판 아래 고개를 숙여야만 출입이 가능한 작은 성문이 하나 있습니다. 비밀스런 철문을 통과해 컴컴한 지하로 내려가다 보면 은밀한 작당이라도 하는 듯 가슴이 설레는데요. 그곳에 바로 동굴이 있습니다.  


서교동에서 발굴한 은밀한 지하 동굴 


화려한 성의 지하 아지트처럼 설계된 이곳은 단단한 석재 마감에 곡선형의 천장, 그리고 어둠 컴컴한 분위기까지 동굴이 따로 없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미덕은 세상과 잠시 단절된 듯 보이면서도 편안함과 아늑함을 선사한다는 것입니다. 주변 눈치 볼 필요 없이 넥타이 풀고, 소매 걷어붙이고선 느슨하게 앉아 시원한 맥주 한잔을 즐기기에 제격인 곳. 스스로 땅굴이라도 파고 싶었던 이 시대의 샐러리맨들이라면 바로 주목하셔야 합니다. 



혹 ‘Man's Cave’라는 간판 때문에 소외감을 느끼는 여성분들도 계실 텐데요. 그래서 요즘은 ‘M Cave’라는 별칭으로 더 많이 통한다고 하네요. 절대 금녀(禁女)의 동굴 아니고요. 독특한 분위기에 끌려 단골이 된 여성들도 많다고 하네요. 특히 이곳을 찾는 여성들이라면 지하에 있는 화장실 순례를 빼놓지 말아야 합니다. 프라하를 대표하는 예술가 ‘알폰소 무하’의 그림으로 전면을 장식하고 있는 예술 감각에 10점, 화장실 각 칸마다 별도의 세면대까지 갖춰진 기술 감각에 10점 만점을 주고 싶을 정도니까요. 여성들의 워너비 전신거울까지 있으니 이만하면 여성들을 위한 배려도 세심하지요?  


페루식 전기구이 통닭, 남미의 풍미를 한가득  


가산, 종로, 여의도 직장인들의 원정 회식 장소로도 각광받고 있는 이곳은 독특한 맥주 안주로도 입소문이 자자합니다. 그 첫 번째는 출출한 배를 채워 줄 치킨인데요. 흔히 보는 치킨이 아닙니다. 페루 출신 요리사가 직접 제안하고 요리한 페루 3대 유행 음식 중 하나, 바로 ‘네그로 치킨’이죠. 남미 특유의 향신료가 더해진 페루식 전기구이 통닭이라 할 수 있으며, 그 냄새부터가 남다릅니다. 



기름기를 쫙 뺀 네그로 치킨은 비닐장갑을 끼고 뜯어주어야 제 맛입니다. 치킨은 역시 다리이기에 통째로 뜯어 한입 맛을 봅니다. 과연 껍질은 바삭하고, 속살은 입안에서 살살 녹을 정도로 부드럽습니다. 짭쪼롬한 양념이 골고루 잘 배어있어 맥주와의 궁합도 딱 맞는데요. 이국적이지만 한국인의 입맛에도 딱 맞는 향입니다. 여기에 매콤한 소스까지 찍어 먹으면 남미 특유의 풍미가 더욱 진하게 느껴집니다. 


이탈리아식 만두피자, 깔끔한 한입


두 번째 이색 메뉴는 피자를 품은 만두, 바로 이탈리아식 만두피자인 ‘깔조네’입니다. 요건 여성들에게 인기 급상승 중이라고 합니다. 일단 손바닥 크기만한 만두가 공갈빵과 같은 바삭한 외피를 입고 등장합니다. 이를 조심스럽게 반으로 가르면 그 안에서 숨죽이고 있던 토마토소스와 야채, 베이컨, 모짜렐라 치즈 등의 피자 토핑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쭉쭉 늘어나는 피자에 군침이 꼴깍 넘어갑니다.  



얇은 피자 도우가 만두피로 변신한 깔조네 만두피자는 깔끔함이 매력 포인트입니다. 그 모양도 귀엽고, 바삭한 껍질은 담백하고, 한 손으로도 손쉽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양이 작아 보이지만 반 조각만 먹어도 제법 든든하니 식사대용으로도 그만. 색다른 피자를 즐기고 싶은 분께 강력 추천입니다. 


그간의 대구포는 모두 잊어라 


남미와 유럽의 대표 메뉴에 이어 이번에는 한국식 마른안주의 대표주자 대구포가 나섭니다. 하지만 그 이름 앞에 ‘통’이 붙어 있는 게 색다릅니다. ‘M Cave’에서가 아니면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는 ‘통대구포’의 진면목을 확인해볼까요? 일단 깔끔하게 손질된 대구포가 아니라 노가리처럼 한 마리가 통으로 구워져 나옵니다. 반으로 쩍 갈라져 머리와 뼈는 그대로 입니다. 



포인트는 겉은 바삭하지만 속살은 반건조 대구포의 촉촉함이 살아있다는 것입니다. 뼈를 발라낸 포를 청양고추가 더해진 간장 마요네즈 소스에 찍어먹으면 그간 먹은 대구포는 모두 잊은 채, 이제야 제대로 된 대구포를 만났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소함과 담백함, 쫄깃함과 촉촉함의 황금비율이 마른안주의 덕목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할까요? 통대구포는 쉽게 볼 수 없는 메뉴인지라 그 맛에 반해 포장해가는 손님들이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부담없는 가격, 분위기 있는 송년회 


이색 안주와 함께한 시원한 맥주 한잔의 위로는 동굴 밖을 더 기운차게 나설 수 있는 힘을 선사합니다. ‘M Cave’로 향하는 발걸음이 더욱 가벼울 수 있는 건 500ml Max 한 병이 4천원이라는 부담 없는 가격 때문이기도 합니다. 홍대 인근에서 이만큼 착한 가격, 만나기 힘듭니다. 



세련되고 아늑한 분위기에 널찍한 좌석까지 갖추고 있어 단체 송년회 공간으로도 제격인 ‘M Cave’. 친구들끼리라면 프라하성 지하에 비밀 아지트 하나를 마련해 두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동굴로 숨고 싶을 때, 이곳에서 잔잔한 위로를 받아도 좋습니다. 마음을 달래는 음악이 함께하는 ‘Music Cave’이기도 하니까요. 



[Man's Cave]

◆ 서울시 서교동 독막로7길 59(지하1,2층)

☎ 02-334-76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