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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2DAY

전통시장 먹거리 X파일 – 종로 통인시장/금천시장/광장시장

 

 

대형 마트에 밀려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넉넉한 인심과 푸짐한 먹거리가 넘쳐나는 곳이 바로 ‘전통시장’입니다. 특히 서울의 전통시장은 수많은 대형 마트와의 경쟁으로 고군분투하며 자리를 지켜왔기에 그들만의 색깔이 더 뚜렷해졌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비투지기가 전통시장만이 가진 특징과 매력을 찾아 종로구에 위치한 통인시장, 금천시장, 광장시장을 다녀왔습니다.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통인시장>

 

 

70여 년의 역사를 가진 통인시장은 1941년 6월 일제강점기에 효자동 인근의 일본인들을 위해 만들어진 공설시장이 모태가 되었다고 합니다. 6.25 전쟁 이후 이 주변으로 노점과 상점이 형성되면서 지금의 시장 형태를 갖추게 되었고 현재 약 70여 개의 점포가 남아 운영되고 있죠.  
전국적으로 살펴봐도 이렇게 오랜 역사가 깃든 시장은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특히 통인시장이 자리한 경복궁의 서쪽, 즉 서촌마을은 60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곳으로 조선시대부터 중인계급들의 민가가 밀집해 있던 곳이에요. 시장 주변으로 한옥 주거지가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예로부터 서촌 주민들의 생활장터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 왔을 것으로 보입니다. 

 

☞ 통인시장을 끼고 있는 세종마을 즉, 서촌에 대해 궁금하다면 클릭!

 

 

통인시장은 2005년 전통시장 시설 현대화 사업으로 시장 정비가 이루어져, 비가 와도 불편 없이 장을 볼 수 있도록 천장에 아케이드가 설치되고 LED 조명으로 더욱 환해졌습니다. 서울시에서도 역사와 전통이 있는 통인시장의 가치를 살려 2010년 문화와 예술이 함께하는 '서울형 전통시장'으로 지정하고 다양한 예술문화 행사를 진행하며 지방자치단체 및 여러 단체들과 협력하여 시장육성에 나섰죠.

 

 

그 결과 시장의 분위기가 바뀌면서 젊은이들이 찾는 시장, 관광객들이 찾는 시장이 되었어요. 상인들과 미술 전공 학생들이 꾸민 ‘느낌 있는’ 각 점포의 인테리어는 시장의 또 다른 볼거리가 되었지요. 특히 통인시장은 중국인·일본인 관광객도 많이 찾아오는데요. 경복궁, 광화문, 청계천, 청와대 등 주변의 풍성한 볼거리와 함께 자연스러운 코스로 연계되는 지리적 장점도 갖고 있습니다.

 

 

통인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도시락 카페’. 시장 고객센터 2층에 마련된 도시락 카페에서 엽전을 구매해 밥, 국, 김치 등 반찬을 구입할 수 있고, 식사 공간도 제공하고 있어 대형 마트의 푸드 코트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습니다. 시장을 둘러보다 출출해질 때면 풍성한 먹거리들 중 먹고 싶은 것을 도시락에 골라 담아 도시락 카페에서 먹으면 되지요^^ 엽전 하나에는 500원, 보통 5천원 정도면 다양하고 푸짐한 반찬의 도시락을 즐길 수 있답니다. 도시락은 월요일과 시장이 쉬는 매주 일요일은 이용할 수 없고 오전 11시부터 5시까지만 판매하니 참고하세요.

 

 

이 외에도 통인시장은 오랜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먹거리가 있는데요. 길게 늘어선 줄이 장관을 이루는 통인시장의 명물 먹거리 떡갈비와 기름떡볶이, 간장떡볶이! 기름떡볶이와 간장떡볶이는 지방에서도 택배로 구매할 정도로 인기라고 합니다. 해외에서도 이 맛을 잊지 못한 분들의 전화가 가끔씩 오기도 한다니 과연 그 맛이 어떨지 궁금하시죠?

 

 

통인시장에는 기름떡볶이집이 두 군데 있는데 간장 떡볶이까지 하는 곳은 ‘생활의 달인’에 출연했던 김임옥 할머니가 운영하는 곳이에요. 비투지기가 두 가지 맛의 떡볶이를 시식해 본 결과, 일단 붉은 빛의 기름떡볶이는 기름에 달달 볶았지만 살짝 매콤한 맛이 감돌아 느끼하지도 않고, 그렇지만 빛깔처럼 맵지도 않아요. 한 마디로 단정할 수 없는 오묘한 맛! 그것이 바로 기름떡볶이의 맛이죠. 이에 비해 간장떡볶이는 맛이 간결하고 깔끔해요. 특제한 간장소스가 배어든 말랑말랑한 떡이 살짝 기름에 구워져 간식으로 부담 없이 좋을 것 같습니다.


작지만 알찬 <금천시장>

 

 

경복궁 지하철역 2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보이는 금천시장은 1963년에 개설되어 현재까지 50년의 역사를 지닌 종로구 내자동의 작은 골목시장이에요. 과거에는 적선시장이라고 불리며 남쪽 큰길 자리에 있다가 그 쪽으로 차도가 생기면서 지금의 자리로 옮겨왔습니다. 이름도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로 이름 지어졌고요. 약 85개의 점포로 이루어져 있는데 과일 가게, 반찬 가게, 정육점, 쌀집, 철물점 등을 비롯해 다양한 음식점과 주점이 많이 들어서 있어요. 인근에 배화여고, 배화여대가 있어 점심시간에는 분식집과 식당이 손님으로 북적거리고 해가 질 무렵에는 인근 직장인들의 만남의 장소로 붐비는 곳입니다.

 

 

금천시장의 특징이라면 오래된 옛날먹거리와 신생먹거리, 신식가게와 구식가게 공존한다는 것이에요. 30년은 족히 되어 보이는 점포의 문짝과 진열대가 시장의 역사와 전통을 말해 준다면 새로 생겨난 가게들은 손님으로 북적이며 시장에 활기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금천시장에는 아주 오래된 스타급 먹거리가 있는데요. 일명 ‘할머니 간장 떡볶이!’ 간판도 없고 이름도 없고 그저 의자 하나 놓고 떡볶이를 만들고 계시지만 할머니는 약 50년 이상 이 자리를 지키고 계신답니다. 올해로 97세의 고령이시라 거동이 힘드시지만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시장에 나오신다니 정말 대단하시죠!

할머니 떡볶이는 1인분에 2,000원. 주문을 하면 그릇이 따로 없고 할머니의 솥뚜껑 위 떡볶이에 금을 그어 주세요. 이쑤시개로 거기까지 찍어 먹으면 되지요. 통인시장의 간장떡볶이와 맛 비교를 해보려 했건만, 할머니의 간장떡볶이는 그저 맛으로 먹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비교분석은 그냥 포기하기로 했답니다.

 

할머니는 이북에서 오셔서 가족이 없으시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평생 떡볶이를 팔아 모은 돈으로 사랑의 열매에 기부를 하신다고 해요. “내가 하도 힘들게 살아서 나처럼 힘든 사람들 돌보고 싶어. 사는 동안은 돈이 필요할 테니 다 줄 수는 없고 나 세상 뜨면 ‘사랑의 열매’에 다 주기로 했어.” 꽃 장사, 계란장사 등 안 해 본 것 없이 다 해보셨다는 할머니. 할머니의 떡볶이는 지나온 시절의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답니다.

 

 

이번에는 금천시장의 떠오르는 신생 먹거리를 소개해 드릴께요. 열정시리즈 가게인 열정감자, 열정골뱅이, 열정꼬치는 금천시장에서 아주 ‘핫’한 곳이랍니다. 맥스 생맥주와 감자튀김을 판매하고 있는 열정감자는 마포에 지점까지 낼 정도로 인기몰이 중인데요. 감자는 사이즈별로 3,000원대부터 6,000원까지 고를 수 있고 감자튀김을 찍어 먹는 소스도 발사믹흑임자, 칠리, 와사비마요 등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어요. 열정감자를 한번이라도 맛 본 사람이라면 다른 감자튀김은 쳐다보지도 못할 정도라고 하니, 그 맛이 정말 궁금해지죠? ^^

 

대표 먹거리 시장 <광장시장> 

 

 

다양한 먹거리로 정평이 나 있는 광장시장은 1호선 종로5가역 7번 출구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1905년 7월 5일 인가를 받은 광장시장의 역사는 앞서 소개해드린 통인시장, 금천시장보다 오랜 역사를 가진 시장입니다. 원래 동대문시장과 하나였는데 1962년 동대문시장과 광장시장으로 분리되면서 동대문시장은 젊은 층을 타켓으로 한 패션의 메카로, 광장시장은 한복이나 침구류 같은 혼수품을 판매하는 곳으로 특화되었지요.

 

 

광장시장은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퇴근 후 한 잔 하러, 시장 보러 왔다가 출출한 속 달래기 위해 찾는 이들이 많습니다. 육회 골목, 대구탕 골목, 빈대떡 골목 등 다양한 먹거리들이 착한 가격으로 줄줄이 이어져 있으니 그냥 지나치기는 서운한 곳이 바로 광장시장이랍니다^^

 

 

마약김밥과 함께 요즘 급부상 하고 있는 마초김밥은 광장시장에서 새로운 먹거리문화를 만들었어요. 단계별로 매콤함을 즐길 수 있는 마초김밥의 재료는 계란과 단무지가 전부이지만 마초적인 화끈함이 살아있답니다. 특히 마초김밥집의 별미 ‘무치즈’는 망고, 한라봉, 매실, 키위, 딸기, 블루베리 등으로 만든 과일 무절임에 직접 만든 치즈를 싸 먹는 메뉴입니다. 상큼한 과일향과 진득한 치즈가 만난 의외의 조합은 먹어보지 않고서는 못 배길거예요. 마초김밥집의 김밥은 2,500원~3,000원 선, 우동과 덮밥, 무치즈 등은 5,000원으로 저렴하게 맛 볼 수 있습니다.

 

 

동네방네 소문 난, 말이 필요 없는 순희네 빈대떡은 여전히 성업 중이었는데요. 그 많은 빈대떡 가게 중에 유독 순희네일까, 의문이 들지 몰라도 일단 한번 먹어보면 금방 해답이 찾으실 수 있어요. 최근에는 백화점 식품 매장에서도 순희네 빈대떡을 만나볼 수 있다는 소식~

 

△시장 투어를 하는 동안 출출해진 배를 순희네 빈대떡과 참이슬로 채워봅니다

 


전통시장은 2003년 1,695곳에서 2010년 1,517곳으로 7년 사이 178곳(17%)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이렇게 풍성한 먹거리와 역사와 정이 있는 전통시장이 더 이상 사라지지 않고 오래도록 보전되기를 바래봅니다. 전통시장을 지킬 수 있는 길은 우리가 많이 찾아주는 것이겠죠? 오늘 친구, 가족, 연인과 함께 전통시장에서 맛있고 정겨운 만남 가져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