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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icious 2DAY

[주사실록 #12] 중세시대엔 교회에서 맥주 잔치가 열렸다고?!

안녕하세요, 맥주의 역사를 따라 시간여행을 하고 있는 여러분의 술메이트, 주도로입니다. 오늘은 중세시대로 떠나왔는데요, 제가 지금 서 있는 곳은 교회 안입니다. 킁킁… 멀지 않은 곳에서 맛있는 맥주냄새가 진동하는데요? 반경 1km 안에 있는 모든 맥주냄새를 감지할 수 있는(!) 이 주도로의 뛰어난 후각신경을 감출래야 감출 수 없군요~! 자랑은 여기까지만 하고... 이 향긋한 냄새가 어디서 나는지 한 번 가볼까요?

[주사실록 #12] 맥주 잔치를 열었던 중세시대 교회

아니, 제가 뭔가 잘못 보고 있는 건가요…? 신성한 교회 안에서 얼큰하게 취한 사람들이라니…! 분명히 여긴 교회 안인데, 여러분도 저쪽 벽에 걸려있는 십자가가 보이시죠?
하하… 어서 오이소! 와그래 놀랍니꺼?
교회에서 술 마시는 거 첨 봅니꺼?
우리가 한자리에 모여가 요래요래 술잔을 나누는 거는,
신이 허락한 거~어~룩함을 맛보는 겁니더.
자자, 그렇게 서있지만 말고 여기 앉아가 같이 드이시더!

난생처음 보는 놀라운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더니, 이름 모를 한 신도가 다가와 이렇게 말하며 저에게 한 잔 권하더군요. (^0^ 이게 웬 떡?!) 이 인심 좋은 신도의 말로는, 이 행사(?)는 얼큰하게 올라오는 취기 속에서 단합과 결속을 다짐하는 장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따져보면 교회의 이런 맥주 문화는 몇몇 지역에서만 나타났던 이야기라고 해요. 이렇게 우리가 몰랐던 교회의 맥주문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중세 잉글랜드의 만찬 예배! 신도들이 이른바 ‘교회 맥주 잔치(church ale)’를 열어 주기적으로 모여 흥겨운 술판을 열었다고 합니다.

[주사실록 #12] 맥주 잔치를 열었던 중세시대 교회

이렇게 종종 다른 교회와 시합을 벌이기도 했다는군요. 하느님의 은총을 기리기 위해 누가 고기와 맥주를 가장 많이, 가장 빠르게 해치울 수 있는지 겨루는 것이죠! 만찬 예배가 열리는 날 아침, 신도들은 저마다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손에 들고 교회로 모였습니다. 예배를 올린 다음 한 자리에 둘러앉아 한바탕 축하연을 즐겼는데요. 만찬 예배는 성직자를 포함한 모든 신도가 완전히 취한 뒤에야 끝났다는군요.

우리나라 종교인들이 유독 술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예수의 마지막 만찬에는 포도 주스 대신 포도주가 있었습니다. 알코올은 어떤 형태로든 우리 곁에 있었던 거죠. 그냥 만찬도 아니고 ‘최후의 만찬’에 맛난 술이 어찌 빠질 수 있었을까요! 수메르와 이집트인들이 먼저 열어둔 맥주 문화가 종교 때문에 갑자기 닫히긴 힘들었을 겁니다. 그러기에 맥주는 너무너무 맛있으니까요.^^ 맛있는 맥주의 역사, 주사실록 다음 장에서는 맥주를 직접 만들었다는 중세시대 수도원으로 떠나보겠습니다. 그럼 그때까지,

즐겁게 술술~! 인생도 술술~!

*참고문헌: 야콥 블루매 <맥주, 세상을 들이켜다>